이성욱 버시스 대표/사진=이기범 |
'I'll send you a chartered flight(전세기 보내 줄게)'
그는 건반 대신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컴퓨터 음악을 연주하는 특유의 연출은 교수님을 비롯해 만인의 시선을 이끌었다. 열등감이 우월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일찍이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이성욱 대표는 1999년 공채로 입사, 삼성물산에서 인터넷 사업 전략 기획 및 IT 분야 투자심사역을 맡았다. 3년 후 그는 스트리밍 음악서비스 '도시락' 등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 개발을 주도하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시부스 명패엔 '메타버스 뮤직'이라고 크게 써 붙였다. 유명 팝아티스트 리한나·제이지 소속사 락네이션 등 해외 굵직한 매니지먼트사들의 상담이 줄을 이었다. "전시 기간 동안 다른 부스를 15분 정도 돌아본 게 다 일 정도로 정신 없었죠."
이곳에서 버시스는 글로벌 EDM 뮤지션 히치하이커(Hitchhiker)와 협업해 만든 '히치하이커의 메타버스 음악'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였다.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히치하이커가 음악을 통해 낯선 세계를 탈출하는 시나리오를 배경으로 사용자는 캐릭터가 돼 메타버스 공간을 탐험한다.
여기서는 공간 곳곳에 놓인 아이템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 재구성할 수 있다. 우주를 연상시키는 3차원 공간을 가로지르는 동안 변주되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 뿐 아니라 스크린 터치로 히치하이커의 목소리를 작동시켜 비트와 랩을 얹은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머신러닝을 통해 음원 데이터를 학습하고 음악의 각 요소를 분해·재조립하는 방식이다. 특히 사운드를 BGM이나 효과음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 콘텐츠로 내세운 점은 일반적인 메타버스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다. "메타버스라는 공간에 음악을 대입, 움직임이 곧 음악이 되고 이용자가 아티스트가 되는 게 바로 메타버스 뮤직입니다."
펀딩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번 CES에 메타버스 뮤직 분야는 아이디어가 거의 없던 탓에 저희가 이목을 많이 끌었죠. 우리와 얘기하던 실리콘밸리 투자자가 "CES 끝나고 바로 와, 전세기 필요하면 보내줄테니"라고 농담처럼 말을 던졌는데, 한국에 오니 똑같은 메시지가 다시 와 있었어요." 버시스는 30~50억원 프리 시리즈A를 이달 조기 마무리하고, 300~5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를 곧바로 준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메타버스 뮤직의 전세계 표준을 만들어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MP3, MPEG 파일도 글로벌 표준이 있듯. 저희도 시장 선점을 위해 해외 거대 오디오 관련 업체와 메타버스 뮤직의 표준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듣기만 하는 수동적 음악경험에서 보고 만지고 느끼고 노는 능동적 음악 시대를 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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