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논설위원 임춘식
[시정일보]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다. 행복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다. 행복한 삶은 건강 유지, 의식주 충족 등 외형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보람과 만족 등 내면적인 요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대다수의 행복 연구는 자신의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결론 짓는다. 특히 남을 도울 때 더 큰 보람을 얻는다.
결국, 나눔 활동은 인간에게 행복이라는 신의 선물을 안겨 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랑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oxytocin)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일정 기간 취미활동을 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봉사활동을 하게 한 후 혈액 검사를 했다. 이를 통해 옥시토신을 측정했더니 전자보다 후자에서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었다.
2021년 UN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의하면 한국 행복순위는 95개국 중 50위로 중위권이며 경제개발기구(OECD) 37개국 중에서는 최하위인 35위로 조사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건강수명’이나 ‘1인당 국민소득’ 등 행복의 객관적 지표는 대체로 상위권이지만 주관적 지표인 ‘자선활동’, ‘사회적지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등은 모두 중위권 또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감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의 가치관이 지나치게 물질주의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로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타락을 가져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여론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전 세계 17국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한국만이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을 1위로 꼽았다.
나눔 문화가 지금보다 더 우리 사회에 자리 잡는다면 개인 차원의 심리적‧육체적 행복뿐만 아니라 나눔을 통한 연대의식, 상호호혜라는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이 많은 사회일수록 민간의 자발적 나눔 활동이 활성화되므로 나눔 활동과 사회적 자본은 상호 강화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민들은 나눔을 실천할 때 ‘마음속의 따뜻한 빛’과 같은 정서적 유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타적 행동을 한다. 이타주의는 사랑을 주의로 하고 질서를 기초로 하여 자가를 희생하면서 타인의 행복과 복리의 증가를 행위의 목적으로 하는 생각이다. 즉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고로 나눔을 실천하면 삶의 행복이 증대될 수 있다.
누구나 나누면 행복해진다. 기부나 자원봉사와 같은 나눔을 실천하는 시민 삶의 만족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 나눔 행동은 타인과 공익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나눔을 행하는 시민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하나의 기제다.
‘나누면 따뜻해져요.’와 ‘나누면 행복해져요.’가 단순히 모금과 참여를 위한 구호가 아니라 증명된 사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한국 사회에서 나눔이 보다 확산되고 더 나아가 나눔을 통해 더 행복해지는 시민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자원봉사가 더 어렵다고 한다. 우선 2년여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 등과 같이 사회적 시스템이 텅 빈 시간을 지나오며 돌봄의 공백과 긴급한 재난 구호의 일상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 예산이 가파르게 증가했음에도 복지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이로 인해 불행한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문제는 최근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경제적 영향은 특히 저소득층에 매우 큰 충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 속에서 사회적 재난을 발 벗고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절실한 상황이다.
어쨌든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운 현실에서 나눔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상황이 국가적 재난에 해당하는 만큼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때와 같이 나눔의 활성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나눔의 필요성 및 시급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모금단체, 언론, 정부 등 각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국민 행복을 높이는 일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행복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의 공동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다수 사람들은 나눌 때 더 행복하다고 한다.
나눔 문화의 활성화는 결론적으로 행복 대한민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수혜자는 물론 베푸는 사람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우리 후손이 살아가는 세상이 나눔으로 조금 더 풍성해지고 나눔으로 조금 더 행복해지는 사회를 연말연시(年末年始)에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자. (한남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