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기업인의 비장한 신년사를 들으며


동문기고 안재욱-기업인의 비장한 신년사를 들으며

작성일 2007-04-30

<포럼> 기업인의 비장한 신년사를 들으며                   

- 안재욱(경제 75/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매우 비관적이다. 국책연구소와 민간연구소 그리고 외국 기관들 할 것 없이 모두 어둡게 전망하 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 해 5%에서 0.6~0.7%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본다. 삼성경제연 구원은 4.3%, 한국경제연구원은 3.8% 정도로 전망하고 있으며 심 하면 1.9%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은 4.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4%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 어 가계여신 비율이 급증해 ‘가계발(發)’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정말 올해의 경제 여건은 좋지 않은 것 같다. 대외적으로 세계 경제의 둔화와 고유가 그리고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 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대내적으로는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인 해 내수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핵 문제로 인한 북한과의 갈등으로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해외로 대거 빠져 나갈 수도 있다.

게다가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로 경제 문제는 뒷전으 로 밀려나고 정치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새해를 맞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의 경영방침을 밝힌 신년사가 결연하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하다. 하 나같이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도 생존과 도약을 위한 의지와 각오가 담겨 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창조적 발상과 혁신으로 도전하고 시스템 ·제도·기업문화까지 바꾸라는 주문과 함께 “급변하는 국내외 의 여건과 사회의 흐름을 신속하게 읽고 미리 대응함으로써 위기 를 최소로 줄이고, 나아가 기회로 반전시키는 위기관리체제를 갖 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비록 경영환경은 어렵고, 선진업 체의 견제와 후발업체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지만 그동안 위기 때 마다 임직원 여러분이 일치 단결하여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켰던 경험을 되살린다면, 지금의 상황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는 희망이 있다”고 피력했다.

사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제가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기업가 정 신의 발현과 기업의 투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올해 CEO들이 밝 힌 기업들의 경영방침에 유난히 관심이 가고 기대를 갖게 된다.

농경사회와는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기업이 국가와 사회의 근본이 다.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도 생기고,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며, 국가와 사회가 발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의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인식 은 어떠한가.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샤일 록처럼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존재, 부정이 많아 개혁하 고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지 않은가.

또 적대적 인수·합병(M&A)에의 노출, 출자총액제도 유지 및 순 환출자 금지, 이중대표소송·집행임원제 및 회사기회의 유용금지 등의 상법 개정안 도입, 그리고 사라지지 않은 전투적·불법적 노조활동 등 기업의 투자를 옥죄고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막는 각종 제도와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 않은가.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 지금 기업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 생존하 고 도약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금 경제 침체라는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기댈 곳은 우리의 기업이고 기업가들이다. 그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고 규제 완화와 노조활동의 자제를 통해 그 런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국민이 할 일이고 정부와 정치인들이 할 일이다.

[문화일보 2007-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