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규-‘북한 有故사태’ 와 저작권


동문기고 김찬규-‘북한 有故사태’ 와 저작권

작성일 2007-04-30

[시사풍향계―김찬규] ‘북한 有故사태’ 와 저작권         

- 김찬규(대학원 박사과정22회) /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

지난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조기 전환에 반대하는 전직 국방장관 및 3군 참모총장들의 행태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이것 없이는 북한 유사시 대처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 군이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지만 그것 없이는 북한 유사시 대처하기 어렵다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유사시라면 통상적으로 정변 또는 그밖의 어떤 이유로 해서 북한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때 우리 군이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한다고 해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적 범위가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돼 있어(제3조) 북한은 수복 대상인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법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북한은 국가로서의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1991년 우리와 함께 유엔에 가입했다. 유엔 가입요건 중 으뜸이 ‘국가’로 돼 있기에(헌장 제4조1) 유엔 가입은 별도 유보사항이 없는 한 국가자격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된다.

대한민국 수립 후인 1948년 12월12일 유엔 총회는 결의 제195호를 통해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했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가 아니라 유엔 감시 하에 총선거가 실시된 ‘그 부분의 한국(on that part of Korea)’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돼 있다. 이 결의는 1965년 한·일 기본관계조약에 인용되고 있다(제3조). 따라서 일본이 북한을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갖는다 해도 우리는 이를 국내문제에 대한 간섭으로 규정할 수 없게 돼 있다.

북한의 국제법적 지위가 이러하기에 북한 유사시 우리 군은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 여부에 관계없이 그곳에 들어갈 수 없다. 중국 유사시 우리 군이 중국에 들어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제법상 무력을 통한 수복 또는 실지회복(irredentism)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1970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우호관계원칙선언’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국제적 합의로 설정된 휴전선 또는 분계선을 침범하기 위해 무력위협 또는 무력사용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북한 장래는 ‘인민의 자기결정권’에 의해 북한 주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1950년 인천 상륙작전 성공 후 유엔군이 38선을 돌파,북진할 수 있는가 하는 국제법적 문제가 대두됐다. 유엔군 북진을 가능케 한 법적 근거를 제공한 것이 1950년 10월7일 채택된 유엔 총회 결의 제376호였는데 이 결의에는 한국 전역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한국의 통일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정부 수립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유엔군은 한국 어느 부분에 잔류해서도 안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 결의가 현 시점에서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이 결의가 채택된 후인 1975년 11월18일 유엔 총회에서는 유엔군 해체를 수용하는 결의와 조건부 존속을 수용하는 결의가 동시 채택되는 진풍경이 벌어졌고,1991년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이런 중대한 사정변경으로 1950년 총회 결의가 지금도 유효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을 수 없지만 설사 유효하다 하더라도 북한에 들어가는데는 유엔군 자격으로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북한 유사시 우리 군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지나친 과장은 금물이다.

[국민일보 2007-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