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실-콘텐츠 중심의 가치사슬


동문기고 최혜실-콘텐츠 중심의 가치사슬

작성일 2007-04-10

[한국시론] 콘텐츠 중심의 가치사슬

- 최혜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참으로 놀라운 세상이다. 개인 컴퓨터가 일반화된 지가 십수년밖에 안되었는데 인터넷이 보급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폰을 통해 영상을 즐기고 전자 상거래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엄청난 변화이다. 아날로그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넘어오면서 소통의 방식은 놀이성, 감상성을 띄게 된다. 인터넷이 지닌 육체의 자유로움, 상호작용성, 익명성 때문에 소통의 방식이 즐거움을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간다. 지금 모바일폰에서 압도적으로 인기있는 콘텐츠들은 대부분 이쪽이다.

여기에다 디지털 매체의 컨버전스 현상으로 지금까지 다른 장르였던 것들이 디지털 매체로 통합되고 있다. 장르 사이의 연계와 소통은 훨씬 빈번해졌고 문화산업에서 한 장르가 성공했을 때, 다른 장르로의 이동이 필연적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날로그 콘텐츠니 디지털 콘텐츠니 구분이 있겠는가?

● 디지털 콘텐츠는 21세기형 문화예술

예를 들면 소설 <반지의 제왕>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영화화되고 이 영상의 힘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이 뜨게 된다. TV에 방송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모바일 콘텐츠를 통해 서비스될 때는 요약, 압축되어 전철에서도 가볍게 감상할 수 있게 제작된다. 게임으로 만들어질 수 있고 캐릭터 상품의 개발도 가능하다.

이때 방송, 통신의 융합은 하나의 콘텐츠가 온갖 매체에서 표현 방식을 달리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의 일부분이다. 하나의 콘텐츠는 콘텐츠-서비스-단말기-네트워크의 가치사슬의 통합 속에서 작동할 필요가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오프라인의 아날로그 매체와의 긴밀한 협동관계에서 빛을 발한다.

왜냐하면 문화콘텐츠는 디지털 기술과 산업이 문화예술과 결합하면서 나타난 21세기형 문화예술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존의 문화예술적 감성과 형식, 발상법을 기반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며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매체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가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우리를 감동시키고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하는 '작품'으로 승화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하는 자, 디지털 시대의 장인들의 창의성인 것이다.

너무나 다른 매체이다. 상호작용성 때문에 종래 예술가가 작품을 창조하고 일방적으로 수용자가 감상하는 방식은 변모하였다. 게임처럼 게이머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는 장르가 있는가 하면 아예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방송 영상물을 만드는 UCC(User Created Contents)가 등장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알리는 이 방식을 우리는 프로슈머화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창안자는 필요없게 되었는가? 모든 소비자가 예술가가 된 마당에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도와주는 미디어 탑재 방식이나 마케팅일까? 천만에! 이 평범한 소비자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는 천재적인 소비자는 어딜 가나 있는 법, 이들의 활약을 보는 수많은 프로슈머의 눈이 또 다른 방식의 감상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 창의적 진흥정책의 중요성 더 커져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다. 이제 사람들은 품질이 좋은 상품을 소비하는 단계를 지나 자신을 감동시키는 상품을 사용하고 듣고 본다. 상품의 소비 방식이 종래 예술을 감상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소비자의 감동이 고도의 부가가치로 이어지는 콘텐츠 산업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며 문화적 감성이다. 지금까지 이것을 담당해온 문화예술가들, 기업들, 정부부처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한국일보 200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