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북 경협사업 어찌 하오리까 

- 김찬규 (대학원,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
 
10월15일 안보리는 9일에 있었던 북한 핵실험에 대한 비군사적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 제1718호를 채택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 결의는 전문과 본문 17개 항으로 되어 있지만 핵심은 제8항이라고 할 것이다. 제8항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회원국은 중무기 및 핵이나 탄도미사일 또는 그 밖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물품·물질·장비·상품·기술, 그리고 사치품이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둘째, 북한도 사치품을 제외한 상기 품목을 수출해서는 안 되며 모든 회원국은 자국민이 북한으로부터 상기 품목을 구매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셋째, 모든 회원국은 사치품을 제외한 상기 품목의 비축·제조·유지·사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훈련·자문·서비스 또는 자원이 북한에 제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또한 북한으로부터 자국에 이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모든 회원국은 자국의 법절차에 따라 북한의 핵, WMD 및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국 내의 자금, 그 밖의 금융자산 및 경제적 자원을 결의 채택일로부터 즉각 동결해야 하며, 북한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개인 또는 단체가 이러한 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다섯째, 모든 회원국은 결의 집행을 위해 설치가 예정된 위원회 또는 안보리에 의해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및 그 밖의 WMD 관련 프로그램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된 사람 및 그 가족의 입국 또는 통과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섯째, 모든 회원국은 상기한 제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고 WMD, 그 운반수단 및 관련 물질의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각자의 국내법령 및 국제법에 따라 북한을 오가는 화물의 검색 등 필요한 협력적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되어야 한다.

결의는 이어 제8항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다. 상기 넷째 규정은 식료품비 등 기본적 지출에 필요한 경비, 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특별경비, 결의 채택 이전에 있었던 행정적·사법적 결정에 의해 필요하게 된 경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제9항)는 것이다.

이 같은 결의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우선 문제되는 것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다. 전자는 현금이 직접 북한 당국에 유입되는 경우이고 후자는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이 북한 당국을 거쳐 근로자들에게 전달되는 경우이다. 임금 자체가 ‘기본적 지출에 필요한 경비’에 해당한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지만, 그것이 근로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이 북한 당국에 떼일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금 자체가 직접 북한 당국에 들어가는 금강산관광 사업의 경우가 상기 넷째 규정에 해당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 사업이 사기업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다음, 결의 이행의 확보를 위해 북한을 오가는 화물의 검색 등 필요한 협력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규정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 규정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 양자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전자는 유엔 회원국의 의무 사항이지만 후자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연대’이기 때문에 이에 참여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자 간에는 내용상 유사한 점이 많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어차피 해야 할 의무사항이라면 PSI에 정식으로 참여해서 타국들과 보조를 같이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PSI에는 해양 선진국을 포함하는 약 7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일보 200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