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열우 소방청장, “소방조직에 軍서 배운 지휘 통솔 원칙 적용”
신열우 소방청장, “소방조직에 軍서 배운 지휘 통솔 원칙 적용”
이원준 기사입력 2021. 11. 08 16:23 최종수정 2021. 11. 08 16:26
내성적인 성격 바꾸려 학군단 지원
육군9사단 포병연대서 군 생활 시작
ROTC 통해 리더십 배양
현재 6만 소방관 이끄는 리더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최선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육상재난대응 총괄기관인 소방청은 지난 2017년 7월 신설 이래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든든히 지켜오고 있다. 소방방재청, 중앙소방본부를 거쳐 소방청으로 불리기까지, 이름은 수차례 바뀌었지만 소방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 바로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 신열우(60) 소방청장은 6만 소방관을 이끄는 리더로서 복잡화·대형화되고 있는 각종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군 22기인 그는 군에서 처음 제복을 입었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그를 소방관의 길로 이끌었다. 국방일보는 40년 가까이 제복 생활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 군인·소방관으로서 책무와 앞으로 소방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었다. 글=이원준/사진=양동욱 기자
‘황금보단 지금’… 매 순간 임무 충실
“최근의 우리는 감염병과 산불, 폭염, 폭우 등의 다양한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제는 우리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 안전까지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위험의 최전선에는 항상 우리 소방공무원이 있습니다. ‘혹시나 비상 출동이 생길까 잠자리에 늘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두고,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비상소집에 바로 달려가야 하는 것이 우리 소방관의 숙명입니다. 전국 소방공무원 여러분이 느끼고 겪는 고충을 잘 알기에 청장으로서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신열우 소방청장은 올해로 35년째 소방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1986년, 그가 처음 소방관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주위 모두가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며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일’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고향과 가까운 부산소방에서 임무를 시작했다. 신 청장의 지론 중 하나는 ‘황금보단 지금’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값비싼 황금보다 소중하다는 의미다. 매 순간 임무에 충실하다 보니 소방 조직을 이끄는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다.
신 청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1년간 △국립소방병원 건립 △소방청 조직 확충 △소방의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 제정 △국가항만 소방정대 설치 △소방헬기 통합지휘시스템 구축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 도입 등 굵직한 성과를 달성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여러 사안 가운데서 그는 재난 최전선에서 맞서 싸우는 소방관의 안전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5명의 소방공무원이 현장활동 중에 순직했고 올해만 해도 소중한 3명의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현장활동 중 부상자도 줄지 않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소방공무원 안전이 국민의 안전’이라는 점을 절감하고 현장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했으나 올해 9월까지만 해도 600여 명의 소방공무원이 부상했습니다. 그래서 순직자와 부상자를 줄일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시스템과 현장대응 매뉴얼을 면밀하게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항공관측 군 경험이 큰 도움
신 청장은 경희대 화학과 재학 중 좀 내성적인 성격을 바꿔보자는 생각에 학군단 문을 두드렸다. ROTC 후보생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훈련하다 보니 잠과 친구와의 약속을 줄여야 했고, 학군단 군기도 강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생활을 앞두고 리더십을 키우는 기회가 됐다고 신 청장은 회상했다. “4학년 때는 후배 후보생에게 가장 따뜻한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대로, 받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리더십을 발휘했죠. 당시 ROTC를 홍보할 때 직장과 사회의 리더십을 배양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했는데 실제로 그런 장점이 있었습니다.”
신 청장은 임진강 건너 북녘 땅이 훤히 보이는 육군9사단 포병연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다. 시끄러운 대남방송 소리 탓에 보직 뒤 한 달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는 중위 때 서부전선을 감시하는 항공관측장교 임무를 수행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항공기를 탔습니다. 전방 상황을 일일이 관측해 보고했죠. 항공기가 중립지대 안쪽까지 깊숙하게 접근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군의 오인사격을 받을 수도 있어서 위험했죠. 이러한 경험은 나중에 소방관이 돼서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비슷하게 항공기에 탑승해 관측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이죠.”
‘맡은 일에 최선 다하자’ 원칙 강조
신 청장은 군 전역 후 소방관이 됐다. 소방 조직에서 그는 군에서 배운 리더십을 십분 활용했다. “처음 왔을 때는 소방체계나 리더십이 군 조직보다는 떨어져 있었습니다. 상사가 왜 부하들을 저렇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죠. 그래서 간부가 되어서는 군에서 배운 지휘통솔 원칙을 적용했죠. ‘부하직원을 관리할 때 솔선수범하라’ ‘부하에게 알려주고 행하라’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신 청장은 어렵고 힘들었던 임무들 가운데서도 1997년 발생한 ‘베트남 항공 815편 추락 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66명 중 65명이 사망했고, 사망자 중에는 한국인도 21명 포함돼 있었다. 당시 신 청장은 국제구조대 팀장으로서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급파됐다. 우리나라 구조대가 해외로 파견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현장에 도착해 우리 국민과 교포들 시신을 수습해 왔습니다. 당시 캄보디아 온도가 46℃까지 올라가서 오후에는 못하고 오전에만 작업해야 했죠. 땀이 비오듯 흘렀는데, 손에 꼈던 수술용 장갑을 벗으면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습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구조대 매뉴얼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신 청장은 스스로를 ‘원칙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지금도 그는 부하 직원에게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초급 장교나 신입 소방관에게 모두 적용되는 말이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일이나 자기 존재에 대해서 명예와 긍지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ROTC 후배에게는 군 생활을 마치더라도 명예와 긍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소방관이 힘든 직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소명의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방관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
소방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군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정기적인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화생방사고 대응과 심해잠수 등 군 전문분야 교육과정을 위탁교육받고 있으며, 반대로 소방은 각 부대를 대상으로 화재예방과 재난대응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 청장은 장교 출신 소방청장으로서, 군과 소방이 함께하는 발전 방향을 강조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소방기본법상 군은 재난대응에 있어서 지원기관이며 그 지원활동을 위해 평상시에 재난대응 훈련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실제 크고 작은 재난사고 현장에서 군과 소방은 힘을 모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는 총력전 시대에 맞춰 대폭 강화된 소방력이 전쟁 승리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도 앞으로 연구돼야 한다고 봅니다.”
신 청장은 끝으로 소방의 날을 맞아 최일선에서 위험과 맞서고 있는 소방관을 향해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소방관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본인의 안전을 항상 지켜주십시오. 저 또한 우리 소방관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안전사고 예방시스템과 현장대응 매뉴얼 개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관리 등 관련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최일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