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1 경희학원, 김진상 경희대학교 17대 총장 임명식 개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전일의 미학, 오늘의 문명사적 위기 헤쳐갈 가치이자 가능성”
신임 총장에게 경희 정신 담긴 설립자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 초판 영구보존본 전달
경희학원은 3월 27일(수) 평화의 전당 로비에서 김진상 경희대학교 17대 총장 임명식을 개최했다. 임명식에는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과 법인 임원진, 각급 기관장과 보직자, 구성원 대표 등이 참석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구성원과 경희국제재단 이사진은 웹캐스트로 함께 했다.
대학 총장 임명은 경희학원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진행됐다. 경희학원 이사회는 총장 선임에 앞서 학원의 설립 정신 ‘문화세계의 창조’와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계승·발전하면서 학술·교육·실천의 탁월성, 미래 지향성과 함께 기관 경영의 역동성을 이끌어 갈 기관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수립했고, 그에 따라 지난 1월 8일(월) 대학 총장 후보(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경희학원의 신임 총장 연찬 과정을 거친 김진상 총장은 2월 14일(수) 임기 시작 후 업무 계획을 수립해 왔고, 이를 법인 주관 고황연찬회에서 전 교무위원들을 대상으로 공표했다.
“더 나은 가치의 세계를 구현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때”
임명식은 조인원 이사장의 임명사 “전일성의 미학(美學)”으로 시작했다. 서두에 바츨라프 하벨(Vaclav Havel, 1936~2011) 전 체코 대통령의 사유와 실천 세계를 조명한 조 이사장은 “하벨이 말하던 ‘불가능의 예술’은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하는 전환의 길을 열어갈 ‘문명 미학’”이라면서 그의 사상과 철학이 다시금 필요한 때임을 상기시켰다.
▶ 조인원 이사장 임명사 “전일성의 미학(美學)” 전문 보기
원자과학자협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자정 90초 전’이라고 발표했다. 1947년 이 시계를 설정한 이래 종말에 가장 근접한 기록으로, 지구사회의 위태로운 상황을 의미한다.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7월 ‘지구 온난화 시대’의 종언을 고하면서 ‘펄펄 끓는 지구(Global Boiling) 시대’를 천명했다.
“그 배경엔 핵, 환경과 같은 지구적 난제에 더해진 지구 행성의 기후 위기와 파괴적 기술의 위협이 자리한다”고 전제한 조 이사장은 “지구사회의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하벨이라면 지금 어떤 말을 남겼을까 상상해 봤다”면서 “그가 남긴 연설과 희곡 등을 통해 반추해 보면 ‘지금은 지구사회 성장 논리에 얽힌 합리와 계산을 넘어서야 할 때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가치의 세계를 구현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때다’라는 말을 남기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하벨은 인간과 자연, 문명의 조화를 향한 성찰적 내면 의식(conscience)의 정치를 꿈꾸면서 억압에 갇힌 세계의 새로운 활로를 열고자 했다. 그의 연설과 희곡에 그런 지향이 잘 드러난다. “더 나은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선 인간에 대한 근원적 이해가 필요하다. 자신과 이웃, 공동체와 자연을 연결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요지를 담고 있다. 경희가 추구해 온 ‘전일사관(全一事觀)’도 유사한 세계관을 말한다. 설립 초 경희는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상과 철학을 요청한다’, ‘자유, 공존, 평화의 길을 위해 새로운 문화 세계를 창조하자’라는 취지에서 전일성(holism) 관점을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분절적, 기계론적 접근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역사에서 보듯이 성장과 팽창에 집중하면 할수록 위기는 깊어만 갔다. 나와 너, 물질과 마음의 세계를 분리하는 관점은 사회적 갈등과 정치 혼란을 심화했다”면서 의식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벨과 경희의 세계관이 말하듯 지구적 위기를 유기적 안목에서, 열린 전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국면 전환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전일성 철학, 오늘의 문명사적 위기 헤쳐갈 논거 될 수 있다”
조 이사장은 “이미 전환적 기류가 일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의회 청문회가 촉발한 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 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와 최근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양자 과학기술을 그 예로 들었다.
지난해 미국 의회를 통과한 UAP 공개 법령(UAP Disclosure Act)과 최근 몇 년 새 공개된 미국 전직 대통령과 퇴임한 정보당국 수장들의 ‘UAP 인정 발언’은 인류보다 앞선 고등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주의 모든 원소가 시공을 초월한 연결과 얽힘, 결맞음으로 존재하는 양자 세계는 모든 존재의 상호 연결성과 의존성을 보여주며 현대 산업사회의 중추를 이루던 ‘원자론’, ‘기계론’, ‘경계와 환원’의 논리 너머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언론매체,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 등은 UAP 관련 증언이 사실이라면,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뒤바뀔(a sea change)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조 이사장도 “인간의 실존적 지평을 전환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생각을 전하면서 “UAP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인간의 세계관, 자아의식의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양자 세계와 관련해선 “근원적, 순간적으로 연결된 결맞음의 세계. 고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전일성 철학의 관점과도 유사한 이 명제는 오늘의 문명사적 위기를 헤쳐갈 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현대의 이성과 합리, 효능의 개념적 제한을 넘어선 세계를 꿈꿀 수 있는 전일의 세계가 오늘의 문명사적 위기를 헤쳐갈 인간의 인간적 가치이자 가능성이 아닐까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한 조 이사장은 ‘경희의 미래’에 관한 생각을 함께 나누면서 임명사를 마무리했다.
경희가 추구해 온 길은 인간과 자연, 문명의 결맞음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를 향한 열린 문화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다. 경희의 전통, ‘학문과 평화’는 그런 정신세계에서 비롯됐다. 존재의 평화, 인간과 뭇 생명체의 공존, 상생을 위한 내면의 끝없는 탐색과 모색, 주어진 인간관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경희의 전통이자 미래다. 조 이사장은 신임 총장과 대학 행정부가 이러한 경희 정신과 함께하면서 ‘대학다운 미래 대학’의 길을 만들어 주길 당부했다.
조인원 이사장이 임명사에 이어 김진상 총장에게 ‘The Relic of Kyung Hee Spirit’을 전달한 것에도 같은 맥락의 당부가 담겨 있다. 이 상징물은 경희의 얼과 정신이 된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 초판본(1951년 발행)을 영구보존한 것이다.
김진상 총장 “세계 명문 대학으로 웅비할 수 있는 초석 다지겠다”
김 총장은 ‘공명(共鳴)과 변전(變轉), 웅비(雄飛)하는 경희(慶熙)’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통해 “급속하게 변전하는 세계 속에서 ‘함께하는 공명’으로 비선형적 기적을 달성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획·구성·실천함으로써 경희가 웅장하게 비상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경희 구성원 전체가 서로의 책무를 이해하고 유기체적 전일사관을 통해 하나로 통합해 ‘함께 맞울림’ 할 때, 경희의 창학 이념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 김 총장은 “경희 가족 모두가 경희의 창학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인류의 시대적 사명과 경희의 역사적 소임에 공명하면서 새로이 경계를 넓히고 더 큰 미래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창조 정신을 내면화하고 실천하는 데에 온 힘을 쏟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의 시대적 사명과 경희의 역사적 책무를 자각하는 교수, 학생, 직원과 함께 경희만의 고유한 대학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혁신적 성장을 도모해 세계 명문 대학으로 웅비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문명 전환기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며 고등교육 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대학다운 미래 대학’을 위한 전략들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주요 도전과제로 △전문적이고 민첩하며 열정적인 거버넌스 구축 △학과 간의 장벽이 없는 교육과 다학제·다기관·다국가 협업 연구 △재정의 다변화와 디지털 전환 △경희 가치에 공명하는 소통을 꼽은 후, “‘대학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21세기 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항상 질문하겠다. 항상적 질문이 혁신적 전환의 단초가 되도록 꾸준히 경청하고 탐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김진상 총장 취임사 ‘공명(共鳴)과 변전(變轉), 웅비(雄飛)하는 경희(慶熙)’ 전문 보기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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